2009년 10월 19일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⑯안녕. 육지.
공항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상당히 거세어졌다. 굵은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공항 대기실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옥돔 사갈까 흑돼지 사갈까 물으니 흑돼지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역시 남의 살, 그것도 네 발 짐승의 살을 좋아하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왔으면 꼭 한번쯤 사게 된다는 감귤 초콜렛도 사고, 역시나 감귤이 샌드되어 있다는 쿠키도 샀다. 쿠키 봉지를 찢어 하나씩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비행기가 뜰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뒤에서는 아줌마들 몇몇이 모여 어디가 옥돔이 쌌네, 어디가 한라봉이 쌌네 수다의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겨워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는 아줌마들이 전철에서 몸을 날리거나 하면 이마를 찌푸렸는데, 이제는 꽤나 정겹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내가 나이먹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가 뜰 시간이 가까워졌다.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왔다. 그리곤 투명한 건물 위를 올려다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공항 안에서 평온하게 앉아 있을 때에는 미처 몰랐다. 굵어지던 빗방울이 거의 폭우 수준으로 바뀌어져 있을 거라고는.
탑승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일었다. 아시아나의 비행기 하나가 기후 문제로 결항되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술렁임은 더욱 커졌다. 하루 더 있어야 되는 거 아냐? 그럼 잘 곳은 비행사에서 어떻게 해 주나? 그런 대화를,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나누었다.
그 와중에서도 나와 친구는 참으로 태평하게, 계속해서 과자를 씹어먹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이미 홍콩 공항에서 한번 노숙을 했던지라 간이 부어 있었다. 말 안통하는 홍콩 공항에서도 노숙했는데 말 다 통하고 카드도 쓸 수 있는 제주도에서 하루 더 못 지낼게 뭐 있겠냐 싶었던 것이다. 물론 다음날까지 회사를 쉬게 되어 있다는 것도 여유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였다. 하룻밤 더 노숙해도,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회사로 업쳐 달려가면 어찌어찌 지각은 안하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항공사들의 결항을 피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출항은 계속해서 연기되었지만 항공사들은 쉽게 결항을 선언하지 않았다. 시간이 밀리고 밀릴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들에게 결항은 곧 손해였으니깐.
드디어 빗줄기가 좀 약해진 모양인지, 게이트가 열리고 각 항공사의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겐 여기서부터가 공포였다.
나와 친구가 타기로 되어있는 J사의 비행기는 매우 작았다. 그래서 쌌다. 작은 게 날씨 좋을때는 전혀 문제가 안 됐지만, 날씨가 나쁠 때에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매우 큰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비행기에 오르고 나니 웬걸, 좋아진 듯 했던 날씨가 다시 우르릉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절대 안전하니 걱정 말라는 안내방송에도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비행기는 꽤 심하게 흔들렸고, 그때마다 작은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생겨났다.
공항 대기실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옥돔 사갈까 흑돼지 사갈까 물으니 흑돼지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역시 남의 살, 그것도 네 발 짐승의 살을 좋아하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왔으면 꼭 한번쯤 사게 된다는 감귤 초콜렛도 사고, 역시나 감귤이 샌드되어 있다는 쿠키도 샀다. 쿠키 봉지를 찢어 하나씩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비행기가 뜰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뒤에서는 아줌마들 몇몇이 모여 어디가 옥돔이 쌌네, 어디가 한라봉이 쌌네 수다의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겨워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는 아줌마들이 전철에서 몸을 날리거나 하면 이마를 찌푸렸는데, 이제는 꽤나 정겹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내가 나이먹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가 뜰 시간이 가까워졌다.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왔다. 그리곤 투명한 건물 위를 올려다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공항 안에서 평온하게 앉아 있을 때에는 미처 몰랐다. 굵어지던 빗방울이 거의 폭우 수준으로 바뀌어져 있을 거라고는.
탑승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일었다. 아시아나의 비행기 하나가 기후 문제로 결항되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술렁임은 더욱 커졌다. 하루 더 있어야 되는 거 아냐? 그럼 잘 곳은 비행사에서 어떻게 해 주나? 그런 대화를,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나누었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항공사들의 결항을 피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출항은 계속해서 연기되었지만 항공사들은 쉽게 결항을 선언하지 않았다. 시간이 밀리고 밀릴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들에게 결항은 곧 손해였으니깐.
드디어 빗줄기가 좀 약해진 모양인지, 게이트가 열리고 각 항공사의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겐 여기서부터가 공포였다.
나와 친구가 타기로 되어있는 J사의 비행기는 매우 작았다. 그래서 쌌다. 작은 게 날씨 좋을때는 전혀 문제가 안 됐지만, 날씨가 나쁠 때에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매우 큰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비행기에 오르고 나니 웬걸, 좋아진 듯 했던 날씨가 다시 우르릉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절대 안전하니 걱정 말라는 안내방송에도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비행기는 꽤 심하게 흔들렸고, 그때마다 작은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생겨났다.
폭풍이 불 때 가장 안전한 곳은 폭풍의 핵이다.
덜컹이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친구와 손을 꼭 부여잡고 겁에 질린 마당에 왜 그 구절이 떠올랐던 걸까.
느닷없이 비행기가 잠잠해졌다. 비구름 속으로 들어왔나봐. 친구가 속삭였다. 핵 속에 들어앉아 있는 셈이었다.
과연, 그 곳을 지난 후로는 덜컹거림이 줄었다. 긴장되었던 기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나도 마음을 놓고, 슬쩍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몇분 내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고.
이십여분이나 되게 느껴지던 그 급박한 순간이, 사실은 한시간이 좀 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누구든 안에 있으면 바깥의 소란스러움을 알지 못한다. 안은 평온하니깐.
하지만 그 평온함은 곧 고립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 돌아올 안과 떠날 바깥을 모두 지니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하지만 행복했던 첫번째 제주도 여행이 끝났다.
덜컹이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친구와 손을 꼭 부여잡고 겁에 질린 마당에 왜 그 구절이 떠올랐던 걸까.
느닷없이 비행기가 잠잠해졌다. 비구름 속으로 들어왔나봐. 친구가 속삭였다. 핵 속에 들어앉아 있는 셈이었다.
과연, 그 곳을 지난 후로는 덜컹거림이 줄었다. 긴장되었던 기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나도 마음을 놓고, 슬쩍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몇분 내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고.
이십여분이나 되게 느껴지던 그 급박한 순간이, 사실은 한시간이 좀 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누구든 안에 있으면 바깥의 소란스러움을 알지 못한다. 안은 평온하니깐.
하지만 그 평온함은 곧 고립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 돌아올 안과 떠날 바깥을 모두 지니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하지만 행복했던 첫번째 제주도 여행이 끝났다.
# by | 2009/10/19 18:22 | ★여행하는 고양이★ | 트랙백
2009년 10월 08일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⑮소시민 A의 밀랍인형
제주 국제 평화 센터에 도착했을 때,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지라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지라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 방문했을 때에는 이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저 '제주 평화 헌장' 을 보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리곤 걱정스러워졌다. 저 돌비석부터 건물 안 바로 들어가면 보이는 휴식 공간까지, 너무나 수학여행 코스같은 느낌을 팍팍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2월 말까지 무료 입장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은 그 불안을 가중시켰다.
폭포와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만났던 수학여행 집단을 이곳에서 고대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

센터는 지은지 얼마 안 되는 듯 매우 깨끗했다. 게다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조형물들이, 생각 이상으로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릴적 왔으면 분명 엄청나게 지겨워 했을 듯한 공간인데, 세세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인지, 아니면 정말 평화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볼 나이가 되어버린 것인지, 생각 이상으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박물관이나 센터 내 첨단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여타 박물관에서 움직이지 않는 기계들을 많이 보다보니 별게 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유독 관람객이 직접 움직여 보는 시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의자에 누워 자는 행인 A' 밀랍인형.
처음에 나는 그 인형이 정말로 사람인 줄 알았다. 보통 밀랍인형관에는 유명 인사들의 인형만이 있으니깐. 설마 평범한 소시민 A가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서, 그것도 전시관 밖 의자에 앉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하지만 이런 A가 평화롭게, 어디서든 쿨쿨 잠들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평화로운 일상일 것이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어느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재빨리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고즈넉한 평화를 원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실 공항으로 가기엔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체력 방전을 의미하는 빨간 불이 깜빡깜빡 몸 안에서 켜지려고 하는 걸 알았기에 과감히 버스를 탔다.
# by | 2009/10/08 15:37 | ★여행하는 고양이★ | 트랙백

![[플라아카데미]릴든 소속비커](http://wewe.x-y.net/bbs/data/ddddddd/2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