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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⑯안녕. 육지.

공항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상당히 거세어졌다. 굵은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공항 대기실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옥돔 사갈까 흑돼지 사갈까 물으니 흑돼지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역시 남의 살, 그것도 네 발 짐승의 살을 좋아하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왔으면 꼭 한번쯤 사게 된다는 감귤 초콜렛도 사고, ...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⑮소시민 A의 밀랍인형

제주 국제 평화 센터에 도착했을 때,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지라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주 국제 평화 센터는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기념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여기 방문했을 때에는 이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저 '제주 평화 헌장' 을 보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⑭돔베고기에 치유받다

여행을 떠났을 때 엔돌핀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이유. 그건 물론 즐거워서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도 가지고 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우스운 이유지만, 뼈저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예전 학교 지원으로 일본여행을 떠났을 때 아팠던 적이 있더란다. 그것도 느닷없이. 같이 간 친구와 후배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던지라 혼자 민박에서 끙끙 앓았던 ...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⑬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정의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실은, 인형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와 곰인형을.그러니 당연히, 제주도의 마지막 날이 밝자마자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다.테디베어 박물관.일본 하우스 텐보스에서도 테디베어 박물관에 들렸었지만,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은 그 규모나 구성이 하우스 텐보스 안의 그곳보다 사뭇 기대할 만 하...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⑫이밤의 끝을 떠나

둘째날 머물기로 한 민박집은.인터넷에 나와있던 정보와는 달리 중문 단지에서 꽤나 떨어진, 고속도로 옆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잔뜩 부른 배 때문에 민박집 주변을 빙빙 돌며 운동을 하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말씀하셨다."저녁에 중문단지 호텔에서 분수쇼를 하니깐, 보고 오세요. 태워다 드릴께."망설일것 없이 오케이. 하지만 분수쇼는 보지 못했다. 중문 ...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⑪배터지는 쌍둥이 횟집

양이냐 질이냐. 때로 이 선택지는 눈물나게 괴롭다. 아예 맛을 모르고 배만 잔뜩 부르면 만족하는 성격이거나, 반대로 극소량의 양이라도 섬세한 재료의 맛 차이를 집어내는 미식가라면 겪지 않아도 될 괴로움이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대식가도 미식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인 것을. 모자라지 않게 넉넉한 양과 적당한 맛. 이 두 가지를 갖춘 집을 찾아내는 게 꽤 어려...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⑩바다로 떨어지다

이중섭 거리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폭포에서 뜻하지 않게 발견한 까페, 거기에 맛있는 식사까지 지나치게 퍼펙트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발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이 뒤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정해놓았던 몇몇 선택지들을 떠올렸다. "폭포 보러 가자.""또?""거긴 천지연이랑은 또 다르다더라."폭포를 좋아하는 두 여자. 또다른 폭포를 보러 ...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⑨전복 돌솥밥.이중섭 생가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한 게 있었다. 바로 오분자기 뚝배기. 실상 나는 오분자기라는 게 무엇인지, 그걸로 만든 요리가 무엇이 있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그런 내가 오분자기를 꼭 먹어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 건 다름아닌 일박 이일 때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훌륭한 프로그램인지라 반복되는 패턴과 오...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⑧까페 미루나무

그곳은 꼭 통나무집 같았다. 넓지 않은 내부에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두세 개. 테이블 위에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램프.곳곳에 쌓여 있는 책들과, 그림이 잔뜩 붙어 있는 칠판. 장난스럽고도 정감 넘치는 글과 그림들이 가득한 방명록.그곳에 앉아 넓은 대접 모양 그릇에 담겨나오는 시원한 유자차를 마시고 있으면 정말로, 통나무집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어...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⑦선녀와 나무꾼

폭포를 바라보면 기분이 몽롱해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고결한 모습. 주변에 피어나는 하얀 물구름. 그 속에,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에는 자살 폭포라는 곳도 있지만 글쎄. 그 초월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죽기보다는 살고 싶어진다.제주도에서의 이튿날 아침. 세수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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