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6일
No More 다이어트
"오무라이스 만들어줘. 옥수수랑 치즈랑 가쓰오부시를 잔뜩 넣어서."
요즘 함께 지내는 망님이 내 입맛에 딱 맞는 오무라이스를 만들어줄 때가 있어서 상당히 즐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왔다.
음식이 주는 행복함은 사람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만큼 감각적이며 즉흥적으로 소비된다. 맛있는 음식,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었을때 느끼는 행복함은 매우 짧지만 상당히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기분나쁜 일이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먹고 싶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여운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혹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절대 이건 먹어줘야 해!' 라며 케이크나 단 초콜렛을 사서 집에 들어간 적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행동은 단순히 '단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라는 일반 상식때문에 행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처음 그 케이크를 먹었을 때의 행복함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그 음식을 먹고 행복함을 느끼고 싶으니깐 그 음식을 사게 되고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음식은 어떠한 약보다도 사람의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렇게 믿기에 음식을 먹을때면 행복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 다이어트 쉐이크라는 거 비싸지 않아? 진짜 그것만 먹어도 돼?"
"응. 괜찮아. 야. 난 약과야. 진짜 약먹는 애들도 있어.
그리고 이거 효과 꽤 좋더라니깐. 오늘까지 해서 2k이 더 빠졌어."
"응. 괜찮아. 야. 난 약과야. 진짜 약먹는 애들도 있어.
그리고 이거 효과 꽤 좋더라니깐. 오늘까지 해서 2k이 더 빠졌어."
대신 친구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다이어트 경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또다른 친구는 반식 다이어트인지 뭔지를 한다고 식당 밥을 깨작거리다 결국 수저를 놓곤 한다. 그토록 좋아하던 튀김도 한참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다.
모두 밥을 먹을 때 더 이상 행복해 하지 않는다. 내게 줄어든 체중을 말해줄 때만 행복해 할 뿐이다. 식사 때 행복하게 음식을 대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식사는 괴롭다.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과 밥먹는 걸 피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안그래도 과가 달라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만 함께 할 수 있던 소중한 식사 시간이었건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눈앞에서 쉐이크만 쪽쪽 빨면서 빠진 체중과 늘려야 할 운동량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의 파리한 손목이 안쓰러워 밥을 삼키기가 미안할 지경이니. 음식을 피하는 친구 앞에서 우걱우걱 맛있게 밥을 씹어 삼키는 내가 오히려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 버리곤 하는 것을.

반대로 활기찬 일상생활 영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저체중을 가진 사람은 건강한 살을 찌우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음식조절은 말 그대로 좀 더 건강하게, 즐겁게, 별탈 없이, 맛있는 음식 제대로 먹고 운동하면서 열심히 살기 위해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친구들의 다이어트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무엇 때문에, 더 마르려고?'

한참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많이 먹고 힘내야 하는 나이대가 20,30대인데 말이다. 44를 입으면 정말로 행복해질까? 그 이전에 44를 입는 마른 사람이 정말로 아름다운가? 적당히 살집 잡힌 어깨와, 그 어깨에서 시작된 풍만한 라인이 살짝 나온 애교배와 풍성한 허리와 엉덩이로 이어지는 여자의 몸매. 그 라인을 나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미의 기준은 이렇듯 모두 다르고, 다른게 당연하거늘 어째서 모두 마른 사람을 예쁘다 생각한다 여기게 되어버린 것일까. 매스미디어의 탓만 하기에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고도 꿋꿋히 자신의 미의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없이 많다.
그렇다면 55사이즈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이 이상할 정도의 다이어트 열풍의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어째서 음식을 먹는 '행복한' 행위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변모되어야 하나. 나는 그 답을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행복함보다 사이즈 하나가 더 작아지는게 행복하다면 내겐 그들을 말릴 권리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맛있는 걸 행복하게 먹을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으면 한다.
이 작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요즘 나는 꽤 답답하고, 슬프다.
# by | 2008/10/06 17:38 | ★그리고 짧은 이야기★ |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