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8일
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⑮소시민 A의 밀랍인형
제주 국제 평화 센터에 도착했을 때,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지라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지라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 방문했을 때에는 이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저 '제주 평화 헌장' 을 보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리곤 걱정스러워졌다. 저 돌비석부터 건물 안 바로 들어가면 보이는 휴식 공간까지, 너무나 수학여행 코스같은 느낌을 팍팍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2월 말까지 무료 입장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은 그 불안을 가중시켰다.
폭포와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만났던 수학여행 집단을 이곳에서 고대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

센터는 지은지 얼마 안 되는 듯 매우 깨끗했다. 게다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조형물들이, 생각 이상으로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릴적 왔으면 분명 엄청나게 지겨워 했을 듯한 공간인데, 세세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인지, 아니면 정말 평화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볼 나이가 되어버린 것인지, 생각 이상으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박물관이나 센터 내 첨단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여타 박물관에서 움직이지 않는 기계들을 많이 보다보니 별게 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유독 관람객이 직접 움직여 보는 시설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의자에 누워 자는 행인 A' 밀랍인형.
처음에 나는 그 인형이 정말로 사람인 줄 알았다. 보통 밀랍인형관에는 유명 인사들의 인형만이 있으니깐. 설마 평범한 소시민 A가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서, 그것도 전시관 밖 의자에 앉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하지만 이런 A가 평화롭게, 어디서든 쿨쿨 잠들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평화로운 일상일 것이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어느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재빨리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고즈넉한 평화를 원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실 공항으로 가기엔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체력 방전을 의미하는 빨간 불이 깜빡깜빡 몸 안에서 켜지려고 하는 걸 알았기에 과감히 버스를 탔다.
# by | 2009/10/08 15:37 | ★여행하는 고양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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