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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⑨전복 돌솥밥.이중섭 생가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한 게 있었다. 바로 오분자기 뚝배기.
실상 나는 오분자기라는 게 무엇인지, 그걸로 만든 요리가 무엇이 있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그런 내가 오분자기를 꼭 먹어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 건 다름아닌 일박 이일 때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훌륭한 프로그램인지라 반복되는 패턴과 오버된 개그에도 질리면서 계속 보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은초딩이 외쳤더란다.
오분자기, 그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데!
지금은 은초딩이지만 여전히 내게는 은각하인 그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자니, 대체 저게 어떤 맛일까 한없이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인터넷 검색 결과 오분자기가 전복과의 권패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제주도에서는 오분자기 뚝배기에 마가린을 넣고 비벼 먹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가린을 넣고 비벼먹는 돌솥 비빔밥이라니 꽤 회가 동했다.
집에서 종종 따뜻한 밥에 버터넣고 간장 송송 뿌려 먹는 것도 맛있었는데 거기에 전복이 추가된다 이거지. 부푼 마음을 안고 까페 '미루나무'를 떠나 '대우정'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우정'은 이중섭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을 계속 올라가, 왼쪽으로 꺽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을 다 살피지도 않고 오분자기, 라고 외쳤더니 돌아온 대답.
"오분자기는 지금 안 되는데. 요즘 철도 아니고 잘 안 잡혀서."
순간 엄습해오는 실망감. 하지만 메뉴판을 살피고 금세 눈에 광채를 띄었다. 오분자기는 없었지만 전복 돌솥밥은 있었던 것이다. 전복이 있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주저없이 전복 돌솥밥을 주문하고 침을 삼키며 기다렸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다. 밑반찬은 평범했지만 전복 돌솥밥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환상적일 정도로 밥 위에 가득 담긴 전복. 따뜻한 밥에 마가린을 넣어 함께 비벼 입에 넣었다. 고소한 마가린의 맛과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전복의 질감이 입안을 채웠다. 정신없이 한 그릇을 비워낼 즈음, 입가심을 위한 식혜가 상 위에 놓였다.
완벽한 한끼 식사였다.
정말로 완벽하게, 행복해졌다.
행복감에 가득 차 식당을 나왔다.
식당까지 올라오는 길에는 이중섭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고, 작은 전시물들이 걸려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아래로 내려가 향한 곳은 이중섭 생가였다.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김연수의 소설을 통해서였다. 제주도에 살고 있던 천재 화가.
그 짧은 문구가 어쩐지 계속 떠올랐다.
결국 안정된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연수의 소설 속 '아버지'는 이중섭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살았던 집을 한번 보고 싶었다.
이중섭 생가는 이중섭 박물관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그곳까지 내려가는 길은 좁고 아름다웠다.
그 길 위에,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둘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쁜 강아지와 함께. 강아지를 쓰다듬고 이름을 물었다.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갈 때 그녀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즐거운 여행 하세요, 라고.
이 곳에서 사는 동안 이중섭 그는 분명 행복했겠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by 타랑위진 | 2009/07/28 15:31 | ★여행하는 고양이★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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