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⑧까페 미루나무

그곳은 꼭 통나무집 같았다.
넓지 않은 내부에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두세 개. 테이블 위에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램프.
곳곳에 쌓여 있는 책들과, 그림이 잔뜩 붙어 있는 칠판. 장난스럽고도 정감 넘치는 글과 그림들이 가득한 방명록.
그곳에 앉아 넓은 대접 모양 그릇에 담겨나오는 시원한 유자차를 마시고 있으면
정말로, 통나무집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궁금했더란다.
허클베린 핀 같은 책 속에 나오는 통나무집이 내게도 있다면, 그곳은 내게 어떤 평온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천지연 폭포를 떠나 이중섭 미술관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걸어서 이십 분. 그 말을 믿고 걷기 시작했지만 5월 제주도의 햇빛은 만만치 않았다. 작
렬하는 햇빛에 흐물흐물 몸이 녹아갈 즈음, 드디어 이중섭 미술관으로 통하는 오르막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아웃.
느닷없이 머리가 핑 돌면서 배가 아파왔다. 쉴 곳이 필요했다. 때마침 눈 앞에 까페가 보였다. 까페 이름을 확인할 새도 없이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한참을 앉아 있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머리가 차츰 식어갔다. 뭘 시키는지도 모르고 주문했던 유자차가 앞에 놓여졌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차갑고 적당히 달콤한 맛은 아픈 배를 진정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위먹었구나."
"응. 더위먹었나봐. 진짜 골고루 하네. 이번 여행."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참 예쁜 까페였다.
이럴 때 들어온 까페가 이런 곳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노트를 꺼내 끄적끄적 까페 안 풍경을 그리고 있자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오셨어요?"
"예."
말을 건낸 사람은 제주도 문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잠깐 그 계획 이야기를 들었다. 근사한 이야기였다. 화가들의 흔적을 따라 제주도까지 배를 타고 와서, 다 함께 캠프를 하며 섬을 횡단한다는 것이었다. 인디 밴드들의 공연과,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에게는 전시 공간도 주어진다고 했다.
시간만 나면 나도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피어 올랐다. 회사 때문에 불가능할 게 분명하기에 피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http://www.monandol.org/
한참을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니 테이블 위에 은박지 두 장이 놓여졌다.
"여기에 그림 그려 주시면 가게에 놓아 드려요."
칠판 가득 붙여져 있던 은박지 그림의 정체였다. 신나게 그렸다. 친구가 그린 사과 아래 사람 한명을 심고, 구불구불 지렁이를 그려 넣기까지 했다. 그 사이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났고, 우리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 까페의 분위기를 즐겼다.
까페 [미루나무]는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갤러리 까페이다. 이중섭 박물관을 구경하기 전 그 아늑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미처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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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lebra의 2009/11/28 15:45 #

    미루나무에 대해서 조금더 보여드리고 싶어서 검색좀 해봤네요 미루나무1 미루나무2...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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