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⑦선녀와 나무꾼

폭포를 바라보면 기분이 몽롱해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고결한 모습.
주변에 피어나는 하얀 물구름.
그 속에,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에는 자살 폭포라는 곳도 있지만 글쎄. 그 초월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죽기보다는 살고 싶어진다.
제주도에서의 이튿날 아침. 세수를 하는데 거울 속에는 익숙한 팬더 한 마리가 비춰졌다. 새벽에 생리통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이었다. 눈 아래가 거뭇거뭇한 모습이 참으로 볼만했다. 배도 여전히 아팠다. 하얀 알약 두 알을 삼키고 괜찮겠거니 최면을 걸었다.
원래 나는 여행지에 가면 아드레날린이 평상시의 열배로 높아진다. 그 아드레날린에 취하면 왠만한 아픔은 아픔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걸, 예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그 근거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있게 호텔을 나섰다.
"배가 덜 가라앉아서 밥 안땡겨."
"많이 아파?"
"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이른 아침부터 까페에 앉아 요거트 아이스크림 이인분을 혼자 해치웠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천지연 폭포. 폭포를 볼 생각에 기운이 났다. 아팠던 배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시원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던 까페, 샌드 앤 푸드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 만나게 될 제주는 어떤 모습일지,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천지연 폭포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과, 버스를 타는 곳은 길거리에 있는 제주도 교통 센터에서 알려주셨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할 때에는 교통 센터와 경찰관, 그리고 현지 사람들에게 수시로 길을 묻을 수 있는 숫기는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천지연 폭포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버스를 타고 사십분 여를 간 뒤, 다시 택시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야했다.
"정류장에서 거기까지는 버스보다 택시가 나아. 기본비밖에 안 나와."
한 아주머니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편하게 천지연 폭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천지연 폭포를 봤을 때의 느낌은, 관광지의 모습이 강하구나 싶은 것이었다. 입구에는 상가가 늘어서 있었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분명한 보트 한 척이 묶여져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표를 끊고 산책로로 들어섰다.
입구에 걸린 다리 아래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돌상이 놓여져 있었다. 동전을 던졌다.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소원빌기가 무의미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해서 그곳에 동전을 던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전을 던지고, 두 손을 모을 때 잠깐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소망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무엇인지. 그 잠깐의 되돌아봄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자신이 현재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다리를 건너 산책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은 고요해졌다. 물 흐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잘 꾸며진 돌다리와 곳곳에 놓인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 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럼에도 초반에 느꼈던 '관광지스러운' 인상은 점차 옅어져 가고 있었다. 아마 그 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숲의 소리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깐.
그렇게 산책로를 걸어 도착한 천지연 폭포는 웅장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었다.
천지연 폭포는 선녀들이 목욕을 했던 장소라는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가 긴 두레박을 내려 나무꾼을 끌어올리던 곳이 이곳이었을까.
과연, 선녀의 날개자락 같은 섬세한 모습의 폭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나버린(그러나 선녀에게는 그것이 해피엔딩이었을지도 모른다)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참을 천지연 폭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역시, 이야기를 비극으로 마무리 짖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니, 해피엔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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