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 6월 두달동안 읽은 책들에 관한 짧은 기억.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을 읽으며 빈둥대고 싶어집니다.
차마 빈둥댈 수는 없지만 이동하면서 책은 읽었습니다.
인문학 서적 스터디라도 다시 시작할까 생각중입니다.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을 읽으며 빈둥대고 싶어집니다.
차마 빈둥댈 수는 없지만 이동하면서 책은 읽었습니다.
인문학 서적 스터디라도 다시 시작할까 생각중입니다.
수상한 식모들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인간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호랑이는 사실 인간이 되었다. 그것도 예쁜 아낙네가. 그 아낙네들은 기존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은밀히 활동하여 숨겨진 역사는 그들을 '호랑아낙네' 라 불렀다.모두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단군 신화를 깨뜨리며 시작되는 소설 '수상한 식모들'. 이 소설은 그러한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개인의 삶, 그리고 사회 전체의 삶. 그 속에서 식칼을 속에 품고 어슬렁거리던, 하지만 결코 결정적으로 무엇도 바꿀 수 없던 슬픈 아낙네들의 모습은 누군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싸이코가 뜬다권리 지음 / 한겨레출판
★중심에 속하지 못한 아이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아이들. 한 사람의 죽음이 수많은 죽음 속에 삼켜지는 사회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나와 닮아 있었다.
싸이코란 무엇인지. 소설 속에서는 한 아이의 이름인 싸이코. 하지만 모두가 싸이코, 라고 하면 떠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 아이의 이미지로 저절로 이어져 버린다. 언어로는 이어지지 않는 괴리감 속에서 침몰해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처연하다.
우리동네 이발소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안소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손님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머리를 깍아 버리는 이발소가 있다. 그 이발소에서 변신하게 된 손님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삶에는 터닝 포인트가 존재한다. 이 소설은 그 터닝 포인트가, 반드시 대단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머리 스타일이 변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든지 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발소라는 점이 또 얼마나 정겹던지. 언제부턴가 손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내며 머리를 밀어주는 이발소를 찾기 힘들어져서일까. 소설 속 이발소는 분명 우리 옆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가게였건만, 그것이 왠지 꿈의 장소처럼 아련하게만 느껴졌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너무나도 이상적인, 그리고 뻔한, 그래서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 커다란 반전도 존재하지 않고, 회사 생활이 생생하거나 스펙터클하게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직장 내 부조리함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 방법은 하나. 회사를 나오는 것 뿐.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를 오고가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에 린코를 찾아가지 못했다면, 그대로 회사의 부조리함에 백기를 드는 결말로 끝났다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확실한 건, 그들의 신은 결코, 언제 어디서든 고객은 아니라는 것.
다이어트 홀릭권혜수 외 지음 / 텐에이엠(10AM)
★ 다이어트라는 공통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단편 작품들이 묶여있는 책.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다이어트' 가 과연 무엇일지. 그 사회 병폐적인 현상을 작가들은 어떻게 다루었을지 상당히 기대했는데 글쎄. 대부분의 작품에서 다이어트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대가 당연히 고민하는 것' '어쩔 수 없는 유혹' 그정도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쳐버린 느낌이었다. 혹은 너무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현대의 다이어트가 정말로 그정도 시각에서 그칠 정도의 문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실격사원에가미 고 지음, 김주영 옮김 / 북하우스
★ 회사의 직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십계명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소설 한 편 한편이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인 부분이 강해서 놀랐는데, 나중에 작가 설명을 읽고 납득. 작가가 실제로 은행에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쓴 소설이란다. 회사라는 구조, 그 안에서 실격 사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 무엇인지 가볍게 들여다보려는 사람에게도 썩 괜찮은 소설. 하지만 픽션은 어디까지나 픽션.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지말자. 휴머니즘 녹아나는 이야기일수록 더욱 더, 현실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김연수의 글은 읽다보면 섬뜩하게 슬퍼진다. 한없이 감성적이고 촉촉한 언어로, 한없이 잔인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 괴리감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온전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만이 존재할 뿐 옆에는 그 괴리감을 함께 느껴줄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김연수의 글들이 나는 슬프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안에서조차 자신을 찾지 못해 혼자여야 하는 한 감성.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현재 우리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모두가 그렇듯이.
사랑 보존법다이라 아스코 지음, 박미옥 옮김 / 문학동네
★ 다이라 아스코의 소설답게 가볍고 유쾌한, 그리고 강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단편집.
다이라 아스코의 이야기 속 여자들은 강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강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과 인생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들은 강하다. 그리고 유쾌하다. 사실은 유쾌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가벼울 수 만은 없는 이야기를 가볍게, 그리고 강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매력인 다이라 아스코의 장점이 그대로 녹아있는 소설이니 그녀의 팬이라면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참 빨리 읽히기도 하고.
쌀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은 없다. 혹은 절대적으로 악한 사람은 있다. 그렇다면 고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인가, 짐승의 본성인가. 성악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끝이 없다. 끝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것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는 순간, 사람 역시 정의내려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나 복잡하기에, 누구도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인데도. 쑤퉁의 쌀은 그러한 복잡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쌀이라는 원초적인 식량이 그들을 대변한다. 그것은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는, 살아가는데 있어 당연히 있어야 할 기본적인 식량일 뿐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사실은 모든 것을 좌우해 온 가장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쑤퉁다운 소설.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츠하라 야스미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그저 이 소설에 대해서 할 말은 딱 하나.
돈주고 사봤으면 정말 피눈물을 흘리며 원통해했을 것 같은 소설.
다행이다. 빌려봐서. 빌려보는 와중에도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는지 시간이 아까웠지만.
세 시 반에 멈춘 시계한스 도메네고 지음, 이미옥 옮김 / 궁리
★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히 머리가 좋은 아이. 천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아이가 바라보는 일상. 어른들의 삶.
발명가인 아버지가 실종된 상태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는 니콜라우스의 이야기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바라봤을 때에는 영재인 니콜라우스지만, 그 감성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것임이 드러나기에 재미있게 전개되어지는 이야기. '어른스러움' 과 '어른'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풍자로 보이기도 한다. 멈춰버린 시계를 바라보며 죽음을 이해하는 니콜라우스의 모습이 애처로운 것도 그 때문이다.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샤바케'의 작가였던 메구미의 신작. 샤바케가 요괴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면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에서는 사람과 사건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없이 착하고 사람 좋기만 하던 도련님에 비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깨닫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진행은 샤바케와 별 차이 없는 수준이지만 캐릭터들이 좀 더 인간적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먹는 여자츠쯔이 토모미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룸
★ 먹는다는 행위. 그행위에 엃힌 이야기들. 먹는 여자/ 먹는 남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 요리를 한다는 것이 사람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들이 채워져 있다.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는 사실 비슷한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재미있었지만 평범했다.
벽장 속의 치요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이 소설을 읽고 감동해서 오기와라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일상의 세세한 모습을 유령이나 영적 현상들과 연결시켜 풀어낸 단편집. 시점의 변화나 소재들이 독특한 구석이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뻔하게 비춰질 수 있는 휴머니즘도 다른 각도에서 풀어내면 신선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단편들. 하지만 뒤에 읽은 오기와라의 장편들은 이 단편들보다 강한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다. 내게 있어서는 벽장 속의 치요가 오기와라 소설의 최고로 기억에 남을 듯.(물론 앞으로도 꾸준히는 읽겠지만)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마을을 부흥시키자' 는 한 촌락의 수수한 생각이 일대의 사기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 순박한 사람들의 애향심이 어설픈 마케팅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수많은 괴물 목격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결국 마을을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의 향연이지만 굉장히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것은 구성의 힘이리라. 가볍게 머리 식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at 2009/07/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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