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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그 맛스러운 섬에 가다 - ④LOVE.LOVE.LOVE

 
택시를 탔다. 제주도에서 처음 타는 택시였다.
첫날 머물기로 한 펠리스 호텔은 묘하게 호텔이 아닌 모텔 분위기였고, 호텔에서 가기로 한 제주 러브 월드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삼성혈을 신나게 돌아다닌 덕에 나는 지쳐 있었다. 그래서 택시를 타자마자 눈을 감았다.
"도착하면 깨워 줘."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정말 잠을 자려고 했다. 언제 어디에서든, 심지어 전철 안에서 서서도 잘 수 있는 스킬을 이럴때 발동시키지 않으면 언제 써먹겠나 싶었다. 스무 살을 넘기고 나서부터 지금이 되기까지, 내 인식 속에서 대중교통 이동시간은 곧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안락한 택시 안에서 잠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 근처에 뭐 맛있는 집 있어요?"
무심코 던진 친구의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잠들어가는 내 옆에서 심심했는지 친구는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까지 나도 친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짧은 한마디 질문에, 그토록 청산유수로 좔좔 흐르는 이야기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항구에 자리잡은 맛집에서 시작해서 제주 최고의 인기라는 나이트로 이어져 제주 도시의 역사까지 나아갔다. 느긋느긋 내뱉는 아저씨의 입담은 참으로 구수했고, 나는 어느새 아저씨에게 5월과 6월 사이에 나는 생선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참으로 졸렸지만 정말로,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아저씨의 입담을 걸쭉했고 또 친절하셨다.
 입담 뿐만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러브랜드 앞을 지나며 서비스로 도깨비 도로에서 차를 멈춰주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경사길에 차를 멈추고 있으면 뒤로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도깨비 도로. 그 도로를 체험하는 건 아무래도 차가 없으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횡재가.
"도깨비 도로는 사실 여기만 있는게 아니거든요. 제주도에 이런 지형이 곳곳에 많지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 관광 상품으로 달랑 해 놓으면 아무래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러브랜드 앞을 특별히 도깨비 도로다, 라고 이름붙여서 만들어 놓은 거지요."
도깨비 도로 설명을 마지막으로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났다. 콜택시 필요하면 불러달라고 명함 한 장을 내밀고 사라지신 아저씨. 택시 관광을 강요할까봐 은근 겁나 제주도에서 택시를 타면 꼭 입 다물고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계면쩍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대중 교통으로 둘러봐도 꽤 매력적이라니깐요. 택시 관광은 사실 좀 비싸니깐 버스랑 섞어서 잘 다니면 괜찮을 거예요. 제주도를 찾은 손님에게 그렇게 말씀해 주실 줄 아는 택시 기사 아저씨는 진정한 프로였다.
아저씨. 아저씨같은 택시 기사만 만났다면 저희는 제주도에서 택시 기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실시하고 있는 줄 알았을 거예요. 하지만 아니라는 걸 곧 알았답니다. 러브랜드에서 다시 호텔로 돌아올 때 탄 택시기사 아저씨가 참 최악이었거든요.

그래도 그 아저씨가 어쨌든, 아저씨는 진짜 프로셨어요.

이 글을 접할 리 없는 그때의 그 아저씨에게 말해본다. 덕분에 러브랜드도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고.
도깨비 도로 앞에서 파는 쑥빵은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술빵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아저씨 덕분에 그것마저도 유쾌했다고.
러브랜드는 제주도가 관광 특화를 위해 성을 주제로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이다.
테마파크라고 하면 왠지 시시할 것 같은 생각에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던 곳이다. 어째서인지 박물관이나 테마파크는 피하고픈, 그런 알량한 자존심이 부쩍 고개를 들 때가 있는 것이다.
이름난 곳 치고 실제로 가면 별거 있는 곳 없다, 라는 편견 때문에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러브랜드에 들어갈 때까지도 뭐 있겠어, 하는 심정이 강했다.
하지만 러브랜드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봐버렸다.
공중 화장실 입구 손잡이가 무엇으로 되어있는지를.
보는 순간 실소가 흘러나왔다. 여기, 재미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정신줄을 놓고 재미있게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서로 민망할 것 없는(민망해 하기에는 서로를 너무 잘 아는)친구와 온 게 다행이었다. 러브랜드지만. 글쎄. 러브랜드라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들이 오면 내숭떠느라 절대 즐기지 못할 그런 전시물들이 다양하게 늘어서 있다. 금색 엉덩이라던가 심약한 남편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여인네들의 모습이라던가.  
친한 친구끼리, 혹은 익숙해진 연인끼리, 대부분은 중년 부부끼리 와서 떠들썩하게 조각물의 엉덩이를 살피고 주변이 떠나가라 깔깔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흥겨움이 지나쳐 전시물을 훔쳐가신 분들도 계신 듯 '전시물 도난에 관한 안내문'이 눈에 띄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슬프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야외 전시물 뿐만이 아니라 안에 준비된 두 실내 전시관 역시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미니어쳐를 이용한 전시는 그 정교함과 위트에 계속해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참고로 화장실은 절대적으로 실내 전시관이 깨끗하니 부디 안에서 이용하시기를.
밖의 공중화장실은 손잡이가 참으로 재미나지만 안은 그다지 청결하지는 않다.
정신줄을 놓고 놀았다.
분명 날 밝을 때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에는 해가 져서 주변이 깜깜했으니 정신줄을 놓아도 확실히 놓았던 셈이다. 삼성혈에서도 그렇고 우리 왜이러니. 어디에 가든 재미있게 놀 수있는 스킬을 발견한 게 틀림없다고 떠들어대며 러브랜드를 나섰다.
우리의 뒤에서는 여전히 커다란 남자의 성기가 졸졸졸, 그다지 힘차다고는 할 수 없는 오줌줄기를 내뿜고 있었다.

by 타랑위진 | 2009/06/10 18:19 | ★여행하는 고양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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