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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눈물로 삼켜버린 사랑- 달을 먹다

 


나는 사랑이라는 건, 지독하게 일방적인 감정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소통과 이해가 우선시되어 사랑이라는 결과물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꽃다운 이십대에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봐도 분명 아름다운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거울은 재확인 시켜주기도 한다.
근래에는 사랑은 결국 사회에 의해 학습된 문화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애감정이나 사랑은 천성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당연히 해야할 것' 이라 학습되기 때문에 그 학습의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 판단의 기준이 완전하게 속해 있는 사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보면 그럴싸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을 어떠한 범위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사랑' 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에 따라 백이면 백 모두 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고, 그렇기에 '사랑' 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수많은 컨텐츠들의 재료로 사용되어온 것이다.

소설 [달을 먹다]는 이러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절절하리만큼 서로를 보지 못하고 엇갈려 자신마저 상처입고 마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한 엇갈림의 이유 중 하나는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의해 이루어진다.
남자는 남자의 구실을, 여자는 여자의 역할을 강요받았던 시대.
남녀 내외간의 따스한 대화가 '예의' 라는 이름 아래 막혀 있던 시대.
양반과 상민이라는 신분의 벽을 손으로 더듬어도 넘을 수 없던 시대.
그 시대에 갇힌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내부를 갈구하며 사랑을 목놓아 갈구한다.
몇은 그 벽을 힘겹게 넘어 '인생' 을 이루어내지만, 몇은 그 벽을 결국 넘지 못하고 자신의 내부를 사랑에 좀먹히며 인생을 사그러들게 만든다.
언뜻 참으로 많이 듣고 봐 식상하게도 느껴질 법한 이야기.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 절절함에 눈물이 나온다.
엇갈려 서로의 등만을 바라보면서도, 팔을 뻗어 그 마른 등조차 안아주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말이다.
그러한 감정의 몰입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시대에 사로잡히지 않고 적당히 현대 사람들의 감정적 공감을 이루어 낼 정도로 어휘를 주무른 작가의 솜씨.
만약 이 소설이 지나치게 시대를 의식해 완벽한 사극조로 쓰였다면, 그들의 사랑에 공감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졌을 것이다. 눈으로 읽는 책이라는 매체는, 소리로 듣는 매체와는 달리 일상적인 것에 대한 공감도가 더 올라가게 마련이니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선시대라는 배경을 지나치게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장면들도 몇몇 등장하지만, 그것은 조선이라는 배경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역사소설을 읽는 게 아니니 일일히 모든 걸 고증해 가며 읽을 필요도 물론 없고 말이다.
소설은 한명의 주인공이 아닌, 한 마을의 몇 대를 이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는 상당히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듯 주의깊게 읽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족보가 엃혀서, 결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소설의 막과 막이 모두 일인칭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그 퍼즐은 더욱 절묘해진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람에 따른 문체의 특징이나 어투의 차이가 살아나지 않은 점이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이 더욱 생생하게 와 닿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향긋한 꽃차를 따르며, 님의 마른 등을 어루만져 주길 원했던 상냥한 손길. 그런 손길이 어른거리는 소설이었다.
현실적이고 때로는 회의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안 뒤에도, 가끔은 이런 향기나는 소설에 취해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 모양이다.

by 타랑위진 | 2008/04/21 22:40 | ★Review★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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