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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렌] 꿀벌 First

 
나는 네게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살아가고 있어.
멸망한 도시에 살인마가 숨어들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타운의 사람들은 모두, 하루빨리 정부가 그 살인마를 체포하기를 고대했다.

"연구소 사람들을 몽땅 죽이고 탈주했다잖아요. 글쎄."
"어휴. 그럼 실험체였단 거잖아. 어떤 위험한 능력이 있을지 모르는 거 아냐."
"그건 이미 인간이 아니니깐 말이죠."
"당연한 이야기를. 연구소의 실험체 따위가, 우리와 같은 인간일 리 없잖아요."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진홍빛으로 물드는 타운의 저녁 노을 속에 가라앉았다.
그 노을은 멸망한 도시 역시 똑같이 물들여갔다. 하지만 그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은 멸망한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야 단 한명, 멸망한 도시에 숨어들어간 그림자가 움직일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회색의 투명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그 그림자.
3년 전부터 계속되는 국가 연구원 연속 살인 사건의 범인.
사람들은 그를, '꿀벌' 이라고 불렀다.

 

렌은 열 세 번 째 적혀있던 이름을 검은 펜으로 그었다. 펜이 잘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펜이 필요하다고 렌은 생각했다. 그리고 식수도.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있어도,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 그것은 긴 세월동안 직접 몸으로 익힌 사실이었다.
게다가 타운에 의심받지 않고 내려가기 위해서도 물은 필요했다. 옷과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지 않으면, 타운에 들어서자마자 체포될 것이 뻔했다.
멸망한 도시에는 이미 수도가 끊겨 있었다. 하지만 밤에 내려가는 것도 이젠 위험하다는 것을, 렌은 알고 있었다. 서서히 주위를 죄어오는 그림자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내일, 적어도 이번주 안에 그 그림자들은 멸망한 도시를 덥쳐 올 터였다. 바로 덥치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멸망한 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 그것은 정부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살육이 일어난 도시. 그 광기가 전염병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통설이었다. 누구도, 미치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 도시 안에서 이미 나는 미친 걸까.

렌은 무릎을 끌어안고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희미하게 웃으며 이름이 잔뜩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 적혀있는 이름은 모두 열 네 개. 앞으로 한명의 이름만 더 지워내면 모든 일이 마무리 될 터였다.

그때가 되면 죽을 수 있어.

렌은 무릎을 더 바짝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점점 심해지는 추위와 배고픔. 기계가 이식된 부분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아픔, 나날히 악화되는 머리의 통증까지.
이미 렌의 몸 상태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하지만 렌이 죽음을 바라는 것은 그런 아픔을 견디는 것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곧 있으면 만날 수 있어. 린."

마지막 한 사람의 피로 너에게 보내는 꽃을 완성하면, 나는 너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되겠지.
내일 아침이 밝기 전에 몰래 타운으로 숨어들자. 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앉은 채, 얕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처음 아픔을 느꼈던 것은 언제였던가.

옅은 잠은 언제나 몽롱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렌이 그 기억속에서 보는 것은 언제나 같았다.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따뜻하고 작은 손. 말랑하고 붉은 뺨.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소녀가 늘 옆에 있었다.

렌. 렌. 이것 봐. 렌.

차가운 연구실의 공기 속에서, 그 소녀, 린의 주변만이 따뜻했다.
렌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언제 태어났는지, 누가 연구실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혹은 원래부터 연구실에서 태어난 것인지, 누가 이름을 지어 주었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난도질하는지.
실험은 매주 수요일마다 이루어졌다. 피부를 째고, 날카로운 관을 뇌에 찔러넣었다.
하지만 그때 렌은 아프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픔 없는 일상을 겪어본 적 없는 렌은, 아픔이라는 것이 어째서 특별한지, 그것이 왜 고통스러운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실험대에 누울 때마다, 린은 이 위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매스가 자신의 피부를 벗겨내는 건 아무렇지 않았지만, 린의 저 부드러운 피부를 벗겨내는 광경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원이 린을 데려가려 할 때면 자신이 가겠다고 자처했다. 연구원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것은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 린이냐,렌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 위에 누군가가 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직 '실험'을 위해 아이들을 기르고 있을 뿐이었으니깐.
렌이 수술대에 올라갔다 온 날이면, 린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렌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작은 등을 껴안아 주는 내내 렌은 행복을 느꼈다. 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수술대에 올라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렌. 렌. 렌. 노래하듯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린의 목소리가 조금씩 옅어졌다. 늘, 꿈 속에서 만나는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그 이상의 기억과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렌은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기 위해 의식을 집중하거나, 혹은 아예 잠에서 깨어나 새벽 내내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처음으로 아픔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날.

아픔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일컫는 말인지를 알게 되었던 날.
그날, 렌은 린을 잃었다.

 

렌은 밤하늘을 바라봤다.
높게 쌓인 철근 콘크리트의 산. 쓰레기의 악취가 밤바람의 서늘함에 섞여 몸 속에 퍼졌다. 오늘밤은 잠드는 데 실패했다. 아마 앞으로도 잠들지 못한다면, 마지막 이름을 지워내기 전 몸이 버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일 당장 찾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마지막 이름. 그 남자를 죽이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살인은 아무런 의미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로젤 게이드. 그는 3년전 이루어졌던 DOLL PROJECT의 추진자였다.
린을 살해한 것은 이 남자라고, 렌은 확신하고 있었다.

by 타랑위진 | 2009/11/07 15:16 | ★同人Work★ | 트랙백

[강남] 혼자 식사하기 좋은 '사누끼보레.'

 
얼마전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노예계약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화를 내고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찾아온 싱글 식탁 라이프.
사실 어디에 놔둬도 혼자서 밥 잘 먹지만 같이 먹던 사람이 사라지니 참으로 쓸쓸하더군요.
그래서 소개해보는 '강남에서 혼자 밥먹기 좋은 식당'.
사실 강남은 워낙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많아서(학원+직장 크리의 여파인듯)
혼자 밥먹어도 아무도 신경 안씁니다만.
그중에서도 이곳. 사누끼 보레는 메뉴나 서비스 면에서도 꽤나 편리합니다.
위치는 역시나 YBM학원 골목. 정확히는 하코야 바로 맞은편입니다.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메뉴가 다양한데다 혼자 먹기 편한 좌석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주문 방식은 셀프와 서빙이 혼합된 방식.
튀김, 샐러드, 초밥 등 가게 벽면에 전시된 품목은 직접 담아들고 조리해야 하는 일품요리들은 카운터에 주문.
수저와 젓가락, 물은 직접 챙기는 게 기본입니다만 한가할 때면 종종 물도 가져다 주시더군요.
위와 같은 번호표를 세워놓으면 요리를 가져다 줍니다.
나갈때 직접 치울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애용하는 건 샐러드 종류입니다.
비록 아래 닭고기살 샐러드는 종종 닭이 너무 차가워서 눈물을 흘릴때가 있지만.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꽤나 메리트있답니다.
(무엇보다 드레싱이 미리 쳐 나오지 않아서 좋습니다. 전 드레싱 안먹거든요.)
위의 호박 블루베리 샐러드말고 녹차 고구마 샐러드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밥 종류보다는 면 종류가 더 맛있더군요.
특히나 비오는 날 먹었던 이 가츠돈은 꽤나 실패였다는.
고기 냉동했던 냄새가 너무 진하게 남아있어서 거북했습니다.
가츠돈 소스가 진하지 않았던 건 좋았지만 너무 질척해서 밥에 잘 스며들지를 않았구요.
이것말고 덮밥도 먹어봤었는데 그것도 그다지....고기 들어가는 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그에비해 국수류는 대부분 성공적이었습니다.
이곳의 간판 음식인 사누키 우동은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시원해서 정말로 좋았습니다.
(국물에 비해 면발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만.)
냉메밀도 약간 짠 느낌이 있었지만 시원한 얼음이 듬뿍 담겨져 나와서 만족.
볶음 우동도 꽤나 먹을만했었고. 역시 즉석 조리를 하는 곳에서는 밥보다는 국수가 안전한 선택인걸까요.
이건 테이블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서 주문해 본 카마보코.
도미와 명태로만 만들어 단백질이 듬뿍 든 건강식!! 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만.
맛은 말 그대로 오뎅이었습니다 ^^ 좀 덜 느끼한 오뎅. 맛있었어요.
강남에 놀러나와서 특별히 맛있는 걸 먹고싶다 할 때 추천하고 싶은 가게는 아닙니다만.
강남에 상주하고 있어 매 끼를 해결해야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메뉴가 만원 이내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도 없다지요.

덧붙이자면, 노예계약이란 건 '많은 돈을 주지 않는 것' 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일한 시간과 노력 대비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 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나이, 은혜 운운하기 전에 그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았냐 하는 문제이지요.
D그룹 아이들은 분명 자신들이 사람대접 못받는다는 무엇인가를 느꼈기에
결국 제 동료처럼 박차고 일어나게 된 거고.(아니..우린 시간 대비 진짜 노예계약맞지만...;)
그걸 타협하지 않고 무조건 몰아붙이는 S사의 행태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본주의적 시점에서 보면 더없이 훌륭한 사업가의 자세겠습니다만.)

by 타랑위진 | 2009/11/04 20:31 | ★어설픈 식객★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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